AV 트렌드/스마트 테크놀로지

매직으로 태어난 엑스캔버스 보더리스 TV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0. 15. 10:46
그는 처음엔 이 TV를 매직 TV라고 불렀습니다. 보더리스 TV 개발자를 만나러 갔는데 난데없이 매직TV라니.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더니, 아, 그가 고쳐 말합니다. 매직 TV는 보더리스 TV의 개발 코드명이에요. 그렇군요. 사람으로 말하면 태명 같은 거였습니다. 하긴 아빠들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얼마 동안 여전히 태명을 부르곤 합니다. 똘똘아, 대박아... 부모의 소망과 꿈을 담았던 그 태명. 태어나 정식 이름을 받은 뒤에도 아빠들은 그 이름을 쉽게 잊지 못합니다. 그에게 보더리스 TV는 아마도 자식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고쳐주고도 인터뷰 내내 그는, 매직 TV라는 코드명을 입에 달고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 PDP와 55인치 LCD를 만들다


보더리스 TV의 개발 주역인 LG전자 LCD TV연구7실 LCD TV AD3 그룹장 수석연구원 김규승. 한 번에 읽기도 벅찬 소속의 김규승 수석연구원은 수수한 외모와 달리 만만찮은 이력을 숨겨 놓은 사람이었습니다.


“예전에 뭐 개발하셨나요?”
“세계 최초로 PDP TV 만들었고요, 2004년엔 세계 최초로 55인치 LCD TV 만들었어요.”

소비자들이 알만한 모델명 정도나 기대했던 작가로선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이력에 순간 당혹스러울 뿐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보더리스 TV의 개발 주역이었다니, 보더리스 TV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또 예상치 못했던 멘트를 날립니다.

닌텐도 위 같은 리모콘 만들면 안되나?

“사실 매직 TV는 좀 웃기게 시작했어요. 어느 날 CTO께서 TV 리모콘을 닌텐도 위처럼 만들 수 없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속으론 에이 말도 안돼~ 라고 생각했지만 ^^ 알았다고 했죠. 그런데 마침 LG전자 기업 연구소에서 그 부분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더군요. 마치 PC 마우스 같은 매직 리모콘에 대한 아이디어는 그렇게 시작했어요.

채널 브라우징도 그래요. 예전엔 구미에 저희 공장이 있어서 출장을 가주 가곤 했는데, 숙소에서 TV를 보다가 이 채널 저 채널 돌리다 보면 좀 답답하더라고요. 그런 경험 많으실 거에요. 그래서 아예 이 채널들을 한 화면에 모두 볼 수 없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 최대 56개 화면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채널 브라우징 기능을 만들게 됐죠. 3D UI와 디자인 차별화는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었고요. ”


역시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생활의 필요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인가 봅니다.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사실 시작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그 고생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듯 김규승 수석의 말이 물 밀듯이 이어집니다.

“반신반의 했던 제품이에요. 기존의 TV 컨셉을 깨뜨리고 완전히 새로운 외형과 기능으로 무장한 TV를 만들다 보니 개발 초기부터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꽤 심했거든요.”

이런 게 정말 되겠어? 한 번 해보자고!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했습니다. 마치 컴퓨터의 마우스처럼 움직이는 리모콘. 최대 56개의 채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채널 브라우징, 실감 나게 움직이는 3D UI, 거기에 프레임을 없앤 디자인이라니. 구현 가능한 여부는 둘째치고 전혀 TV 스럽지 않은 이런 부분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도 두려웠을 테고, TV에 이런게 왜 필요해, 라는 의견도 있었을 테지요. 개발 책임자로서 무시할 수 없는 일정과 비용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을 테고요. 그래서 개발 초기엔 최소의 인력으로 시작했더랍니다. 오죽하면 인력이 모자라서 다른 팀 연구원을 일주일 단위로 빌려(!) 쓰기도 했을 정도라고요. 그러나 그는, 이런 기능들이 앞으로 TV에 꼭 필요한 기능임을 확신했습니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던 이 프로젝트는 초기 기획을 마치고 내부에서 실제 데모가 있은 후 갑자기 효자 종목으로 돌변했습니다. 역시 말로 하는 것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가 봅니다. 동료들은 물론 임원들까지 박수를 보낼 정도로 호응을 받다 보니 인력도 늘고, 관심도 크게 늘었답니다. 그동안의 고생을 순식간에 잊었지만, 또 그 떄부터 새로운 부담이 생겼었다며 김규승 수석은 웃었습니다.


그러나 내부에선 동의를 했지만 실제로 소비자들까지 그렇게 생각할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이건 실제로 해보는 수 밖에요. 이십대부터 육십대까지 다양한 연령 대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용성 및 사용성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그 다음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이런 기능이 있으면 쓰시겠어요? 라고 물어보는 수용성 조사와 실제로 구현된 샘플을 소비자들이 직접 써보고 체험하는 사용성 조사를 통해 김규승 연구원은 제품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신을 갖게 되었답니다.

오륙십대 어르신들이 매직 리모콘을 다루다!

“컴퓨터를 만져보지도 않았던 오륙십대 어르신들이 매직 리모콘을 금새 다루시더라고요. 게다가 채널 브라우징 기능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광고 기다리면서 이 채널 저 채널 옮겨다니다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놓친 경험이 누구나에게 다 있었던 거지요. ”


야근은 기본이고 쳘야를 밥 먹듯이 하면서 10개월을 보냈답니다. 그래서일까요. 자신이 만든 모든 제품에 대해 똑같은 마음이겠지만, 유난히 고생도 많았고 기대도 많은 탓인지, 보더리스 TV를 소개하는 내내 그의 목소리엔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점이 있었을 텐데요.

“일정과 비용 등등의 문제로 인해 네트워크 기능과 타임머신 기능을 넣지 못한 것이 제일 안타까워요. 다음 번에는 이 두 기능을 넣은 TV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다음 번에는(하긴 언제나 그렇지만 ^^) 더 좋은 TV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TV 연구원의 집엔 어떤 TV가 있을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왜, 맨날 TV만 생각하는 분들이라 상상도 못할 TV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예를 들면 벽면 한 쪽이 TV로 도배가 되어 있다거나!

“댁에서는 TV 어떤 거 보세요?”
“하하, TV 연구원이라니까 집에 되게 좋은 TV가 있는 줄 아는데요, 사실 집에는 그냥 오래된 TV 하나 있어요. 회사에서 항상 최신형 TV를 접하다 보니까 집에서까지 좋은 걸 보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집사람도 굳이 TV 바꾸자고 하지는 않아서요. 그런데 사실 바꿀 때가 되기는 해서, 이번에 보더리스 TV로 바꾸려고 해요. 작가님도 한 대 사셔야죠?”

소비자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TV 봤으면

난데 없이 예정에도 없던 혹을 붙이게 됐습니다. 설마 연구원에게서까지 TV 사라는 말을 들을 줄 몰랐거든요. 게다가 본인도 산다고 하니, 딱히 뭐라 할 말도 없었습니다. 그저 웃음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그에게 마지막 한 마디를 부탁했습니다.


“고객들이 불편해 하는 것들을 모두 해결하고 가장 쉽고 재미있게 TV를 즐기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가전 제품과 IT 제품이 서로 융합되고 있기는 하지만 고객들이 불편해서는 안되는 거니까요.”

재미있는 TV를 보여주겠다며 보더리스 TV에 내장된 게임을 열어 보입니다. 매직 리모콘을 흔들어 캐릭터를 점프 시키는 닌텐도 위 스타일의 게임입니다. 오호, 재미있겠는데, 라고 쳐다보지만 정작 김규승 수석은 몇 번 하지도 못하고 게임을 끝냅니다. ‘제가 게임은 많이 못해서...’ 멋적게 뒷 머리를 긁는 그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납니다. 괜찮아요. 수석님. 게임을 즐기는 건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세요. 수석님은 더 재미있는 TV 만들어주시고요! ^^ / XCANVAS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