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성탄절은 항상 뿌듯하고 설레는 날이었습니다. 이브날부터 교회에선 바쁜 행사가 있었고, 새벽엔 손을 호호불고 발을 동동 구르며 새벽송을 돌기도 했습니다. 새벽송을 마치고 들어와 따뜻한 아랫목에 발을 묻으며 엄마가 쪄 놓은 고구마에 동치미 국물을 후루룩 마시던 기억, 흑백 TV 속의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TV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많습니다. 성탄절 시즌이면 틀어주던 특선 TV 영화 시리즈는, 매년 그 영화가 그 영화였지만 TV 앞 아랫목에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두런 두런 즐기기엔 그만이었습니다. 턱수염 가득했던 모세의 십계, 힘차게 구르던 전차 바퀴가 인상적인 벤허... 그렇게 TV는 성탄절 시즌 내내 가족들을 모아주는 연결 고리가 되었습니다. 해가 바뀌고, 흑백 TV가 컬러로 바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