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TV/제품 리뷰

좌충우돌 디지털 방송 수신하기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29. 09:27
새롭게 TV를 구입하고 들뜬 마음으로 설치를 완료한 후 TV를 켰는데, 뭔가 이상했더랍니다. 커다란 화면에 가득찬 TV 화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했는데 그래도 이게 아니다 싶었던 거지요. 알고 봤더니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지 못해 그런 거였습니다. 좌충우돌하면서 디지털 방송을 수신하기까지 우여곡절을 알려드립니다.

2008/02/28 - [제품사용기] - 엑스캔버스 토파즈 설치기

TV와 각종 AV 기기를 새로 연결하는 일은 두세시간을 훌쩍 넘기는 대공사다. 자리를 배치하고 케이블을 다시 연결하고, 지저분한 케이블들을 케이블 타이로 묶어 정리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귀찮고 힘든 일이어도 그래도 해 놓고 나면 기분은 참 좋다. 더군다나 TV를 새로 샀는데 이 정도 수고야 아낌없이 할 일이 아닌가.

장비를 다 연결하고 설치가 끝났으니 이제 TV를 통해 즐기기만 하면 된다. 50인치 토파즈를 켜고 기존 TV와는 비교도 안되게 큰 화면에서 TV를 보자니 극장이 전혀 부럽지 않다. 그리 좋은 건 아니지만 기분 내킨다고 켜 놓은 5.1 채널 스피커로 들리는 소리도 그런대로 괜찮다. 물론 TV를 볼 때마다 켜 놓을 건 아니겠지만.

그런데 TV화면. 뭔가 좀 이상하다. 예전 거에 비하면 화질이 좋기는 좋은데, 속칭 ‘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게 왜 이렇지? 아하, 알고 봤더니 디지털 방송 채널을 찾지 못하고 아날로그 채널만 찾은 것이었다.

우리 집은 좀 오래된 아파트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비해 인프라가 좀 부족하긴 해도 공중파 TV는 잘 나오는 편이길래 사실 디지털 방송이 수신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게다가 옆 동에 사시는 부모님 댁은 디지털 방송이 잘 잡힌다. 그러니 우리 집에서 디지털 방송이 안 잡히는 건 내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LG전자에 전화를 했다. 디지털 방송이 안 잡힌다고 얘기를 했더니 전문 상담원이 디지털 방송 신호를 체크해보잔다. 그래서 안내에 따라 리모콘을 잡고 디지털 방송 신호 검색을 했는데, 신호가 미약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잡히지를 않았다. 아무래도 수신 감도가 약하다면서 상담원은 관리사무소에 얘기해서 신호 세기를 좀 올려달라고 얘기를 하라 했다.

일단 상담원과 통화 끝. 이번에는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디지털 방송이 안 나온다고 했더니 두 말 할 것도 없이 바로 유선방송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왜 옆 동은 잘 나오는데 우리 동은 안 나오느냐 했더니 옆 동은 근처에 생긴 고층 아파트 때문에 공중파 방송이 전혀 나오지 않아서 얼마 전에 수백만원을 들여(관리사무소 표현에 따르면 ^^) 안테나를 새로 달았다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은 공중파가 잘 나오니 별도로 디지털 방송을 위한 안테나를 달 계획이 없단다.

이렇게 되니 방법은 두 가지다. 매달 몇 천원씩 내고 유선방송을 보거나 아니면 우리 집만 별도로 디지털 방송 수신 안테라를 달아야 한다. 그러나 잠시 고민하다가 안테나는 이내 접었다. 내가 사다 달았다고 해서 잘 나온다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좋은 TV만 있으면 뭐하나, 콘텐츠가 필요한 법인데 그럴려면 어쨌든 동네 유선 방송이라도 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공중파 방송 잘 보자고 안테나를 따로 달기는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에는 다시 케이블 방송으로 전화를 걸었다. 디지털 방송이 안 나와서 유선 방송을 신청하려고 전화했다 하니 당장 제일 싼 것이 1만 3천원 대란다. 그건 필요없고 아파트에서 보는 유선 채널있지 않느냐 했더니 그제서야 7,700원짜리 40개 채널 유선 서비스가 있단다. 어차피 셋탑 박스를 설치해도 디지털 방송을 볼 수 있는 것은 공중파 뿐인데다가 - 물론 HD 급 방송을 몇 개 제공하는 케이블 TV 서비스도 있긴 하지만, 이건 요즘이 3만원을 훌쩍 넘긴다 -  TV를 볼만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굳이 셋탑 박스까지 설치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좀 이상했다. 관리사무소에서 듣기로는 아파트 단체 할인이 적용되어 5천원 대라 했는데 7,700원이라니. 어디 아파트이며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렇게 얘기하는데 왜 요금이 비싸냐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아파트 이름을 확인하고 4,400원이란다. 오케이. 이 요금이면 더 망설일 이유도 없다.

이때부터 케이블 TV의 집요한 유혹이 시작됐다. 일단 상담을 하고 났더니 그 때부터 몇 차례 전화가 오면서 인터넷 필요하지 않느냐, 인터넷 바꿔라 부터 시작해서 인터넷 전화도 어떻다는 영업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그 뿐인가. 디지털 케이블 방송으로 업그레이드 하면 한 달에 1만 3천원씩 5개월 내고 그 이후부터는 얼마를 내고... 무엇보다도 설치비가 없다는 것이다.

월 4,400원짜리 유선 방송을 보면 설치비가 4만4천원이 있고,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보고 3년 약정을 하면 설치비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넘어가는가 보다. 사실 나도 살짝 흔들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TV를 볼 시간이 많지 않고 40개 채널이면 충분했으며 디지털 방송만 볼 수 있으면 되니까 굳이 다른 케이블 상품을 살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물론 설치비는 내야 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겪고 케이블 기사가 나와서 유선 방송을 설치하고 갔다. 외부에서 끌어 들인 케이블 선을 엑스캔버스 토파즈의 케이블 단자에 연결하고 아파트 벽에 있는 안테나 단자와 토파즈의 안테나 단자를 동축 케이블로 연결했다. 엑스캔버스 토파즈에는 2개의 단자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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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파즈에는 안테나 입력, 케이블 입력 두 개의 입력 단자가 있다


그리고 드디어 디지털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엑스캔버스는 디지털 방송으로 봐야 한다. 정말 화면이 ‘쨍’하다. 일반 방송도 다른 TV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디지털 TV의’ 쨍’한 화면은 따라갈 수 없다. 게다가 40개 채널도 충분하다. 하긴 채널 많아도 결국 보게 되는 채널만 보니, 괜히 충동구매 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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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화면을 사진 촬영 후 일부를 잘라낸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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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을 사진 촬영 후 일부 크기를 잘라낸 화면. 화질 차이가 확실하다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까닭에 디지털 방송 보기까지 이틀이란 시간이 걸렸다. 케이블 기사가 하루 늦게 나오는 바람에 더 지체됐다. >.<  그러나 이젠 끝. 이제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엑스캔버스 토파즈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젠 정말 극장이 부럽지 않다.